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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랑한 미술


사실 이런 해석이 있을 줄 몰랐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종교영화일지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터미네이터도] 종교적 색채를 입힌 영화라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면 솔깃할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구미가 확~당긴 책이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달리는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였으나 결국 아이큐 78인 그가 인생에서 만난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치면서 나는 그가 달리는 거리가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또 그를 예수로 대비하여 아버지가 없는 점과 베로니카와 만나는 이야기 등등에 의미를 실어놓았다. 또 부자들의 루팡놀이처럼 여겨지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역시 내가 알던 이야기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마그리트의 그림인 [대전쟁]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한 장면이나 [풀밭에서]등등 좋은 그림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으나 그림 그 자체가 녹여져 있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미술을 영화처럼, 영화를 미술처럼 보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가 사랑한 미술]은 이처럼 색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시작점부터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스토리 위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실린 작품 위주로 보게 되면 미술 작품들과 연계성을 가지고 보다보니 상징적인 의미들까지 떠올리며 보게 되는 것이다. 17편의 영화와 17점의 미술 작품이 안내하는 세상엔 인생역전도 있고 종교 미술도 들어있다. 헐리우드 영화 속에도 흥행공식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우아한 작품세상이 스며들어 있다니.....!!영화, 이젠 영화로만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타이타닉]에도 [수태고지]도 영화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감상을 즐기게 만든다.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워져. 몇 편을 보았는지보다는 얼마나 즐겁게 보았는지 만족감으로 가득차게 만든 이 책을 나는 오늘 밤 더 꼼꼼히 구경할 작정이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것뿐만 아니라 시어처럼 숨겨진 의미를 찾는 마음으로 그 즐거움에 빠져들어 볼까 한다. 카메라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모두의 눈 속에 가득 담길 수 있는 영상을 잡아내듯 나는 그 숨어있는 제3의 눈이 되어 즐거움을 만끽할까 싶다.
‘마이 러브 아트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은 총 17편의 영화와 그에 관련한 미술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막을 내린 지 십수 년도 더 된 고전영화에서부터 최근 인기몰이를 한 작품까지 시기·장르·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골고루 해석 대상으로 삼았고, 무엇보다 미술과 영화 사이를 줄 타듯 오가는 지은이의 독특한 화법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 >> ‘영화’가 아닌 ‘영화적인 어떤 것’
1. 오직, 아이큐 78의 저능아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 한 장
>> 로버트 저메키스의 「포레스트 검프」와 엘 그레코의 「성 베로니카」
2. 제도로서의 미술을 볼 수 있는 영화
>> 존 맥티어난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와 르네 마그리트의 「대전쟁」
3. 병사와 창녀가 결혼식을 올린 작고 허름한 성당
>>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지중해」와 비잔틴 벽화
4. 영혼의 손가락이 부서뜨린 과자 한 조각
>> 알랭 코르노의 「세상의 모든 아침」과 루뱅 보쟁의 정물화 「과자가 있는 후식」
5.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 사납고 구체적인 지상을 떠나고 싶다
>> 알란 파커의 「버디」와 르네 마그리트의 「대가족」
6. 뚱뚱한 여자와 둥근 여인을 혼동하지 마라
>> 퍼시 아들론의 「바그다드 카페」와 페르난도 보테로의 여인
7. 「파리의 미국인」, 센 강과 조지 거슈윈의 음악, 그리고 라울 뒤피의 그림
>> 빈센트 미넬리의 「파리의 미국인」과 라울 뒤피의 그림
8. 타이타닉 호의 금고 속에서 나온 누드화 한 장
>> 제임스 캐머런의 「타이타닉」과 누워 있는 누드
9. 금붕어가 자살하고 채소도 사랑하는 몽마르트르, 천사 아멜리가 사는 곳
>>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 풀랭의 기막힌 운명」과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뱃놀이 하는 사람들의 점심 식사」
10. 공포의 이미지, 몰려다니는 수천 마리의 새떼들
>>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와 르네 마그리트의 새
11. 낙서하는 빈민가의 악동에서 검은 피카소로 변한 바스키아
>> 줄리안 슈나벨의 영화 「바스키아」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그림세계
12. 김기덕의 오만과 아집
>>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미술 혹은 무의식의 움직임
13. 죽음을 보고 싶다
>> 제임스 캐머런의 「터미네이터」와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14. 하녀가 집에 들어왔고, 빛이 아틀리에에 들어왔고, 그림이 완성되었다
>> 피터 웨버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얀 베르메르의 그림세계
15. 에이리언, 그녀는 고대 이집트의 여신이었다
>> 「에이리언」과 H. R. 기거의 에이리언
16. 그림을 훔친 ‘나쁜 남자’
>> 김기덕의 「나쁜 남자」와 디에고 로드리게스 실바 이 벨라스케스의 「화장하는 비너스」
17. 그림은 그림일 뿐입니다 아니다, 이놈
>> 임권택의 「취화선」과 장승업의 그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