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애인 “이 저녁 그대가 화분을 들고 / 아무 쓸모없는 내 노래 속으로 걸어 들어올 때 / 나는 여태 악몽 따위로 시나 쓰는 / 젖은 지붕이어서 / 누군가에게 / 누구 아니냐고 미소할 수가 없다” - 중 어느 날 길고 긴 계단을 혼자서 오른 적이 있다. 계단을 모두 올랐을 때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자 남아 있던 봄꽃 몇이 계단으로 떨어져 내렸는데, 마치 봄이 떨어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꽃보다는 그 꽃을 품어 안아야 할, 그 꽃이 굴러 떨어지는 것을 지켜 보아야 할 계단이 더욱 안쓰러운 느낌이었고, 그래서 기껏 올랐던 계단을 다시 내려 온 적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에서 지상으로 폴짝 뛰어 내리는 순간 여름이 되었다. “왜 자꾸 내겐 / 꽃이 덫으로 읽힐까?” - 중 커다란 꽃이 프린트 .. 이전 1 다음